
손가락 마디가 찌릿하거나 저리는 증상이 생기면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질환은 ‘통풍’입니다. 하지만 통풍은 주로 엄지발가락 관절부터 시작되며, 손가락 통증이 항상 통풍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손가락 마디의 감각 이상, 찌릿함, 저림 등이 지속된다면 통풍 외에도 다양한 관절·신경계 질환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손가락 마디 찌릿함이 나타날 때 의심해볼 수 있는 주요 질환들을 정리하고, 각각의 특징과 구별 방법, 대처법까지 함께 안내해드립니다.
1. 류마티스 관절염 – 아침 통증과 경직이 핵심
손가락 마디 통증의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는 ‘류마티스 관절염’입니다. 이 질환은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으로, 면역세포가 자신의 관절을 공격하여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 특징입니다. 손가락 마디가 찌릿하고 뻣뻣하며, 특히 아침에 심한 경직감을 느끼는 경우 류마티스 관절염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보통 양쪽 손의 같은 위치의 관절에 대칭적으로 증상이 나타나며, 단순한 뻐근함과 달리 관절이 붓고, 누르면 통증이 더 심해집니다. 아침에 30분 이상 손가락이 뻣뻣하다가 점차 풀리는 증상이 있다면 상당히 전형적인 징후일 수 있습니다. 만성적으로 진행되면 손가락이 휘거나 관절의 변형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며, 혈액검사에서 류마티스 인자(RF), 항CCP 항체가 검출될 수 있습니다. 치료는 항염증제, 면역억제제 등을 활용하여 염증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단순한 손 마디 통증을 ‘나이 탓’으로 넘기지 말고,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될 경우 류마티스 전문의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2. 손목터널증후군 – 신경 압박으로 인한 저림
손가락 마디가 찌릿하고 저린 느낌이 들 때, 원인이 손가락 자체가 아닌 신경 압박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손목터널증후군(수근관증후군)입니다. 이는 손목을 지나가는 정중신경이 손목터널 내에서 압박을 받아 생기는 신경질환으로, 주로 엄지, 검지, 중지에 저림이나 감각 저하가 발생합니다.
특히 손을 오래 사용하거나, 마우스를 장시간 사용할 경우 증상이 심해지며, 밤에 손이 저려서 깨거나 손을 털어야 잠들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손가락 끝 감각이 무뎌지거나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반복된다면 신경과 진료가 필요합니다.
진단은 간단한 정중신경 전기검사(신경전도검사)로 가능하며, 초기에는 보조기 착용과 약물치료로 증상 완화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압박된 신경을 풀어주는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손가락 마디의 찌릿함이 특정 손가락에 집중되고, 손목을 사용할수록 증상이 악화된다면 통풍보다는 신경 압박 질환을 우선적으로 의심해야 합니다.
3. 퇴행성 관절염 – 손 마디의 연골이 닳아 생기는 문제
퇴행성 관절염은 연골이 마모되어 관절 사이의 완충 기능이 줄어들면서 통증과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주로 무릎이나 고관절에 생긴다고 알려져 있지만, 손가락 마디에도 매우 흔하게 발생하며 특히 중년 이후 여성에게 자주 나타납니다.
초기에는 관절이 욱신거리거나 움직일 때 뻣뻣한 느낌이 들며, 점차 마디가 굵어지고 휘는 등의 변형이 생길 수 있습니다. 퇴행성 관절염의 경우, 찌릿한 느낌보다는 무거운 통증이나 관절을 굽혔다 펼 때 뻐근함이 특징이지만, 염증이 동반되는 경우 전기 자극 같은 찌릿한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습니다.
주로 손가락 끝마디(DIP 관절), 중간마디(PIP 관절), 엄지 아래쪽(CMC 관절)에 통증이 집중되며, 좌우 대칭보다는 한쪽에 먼저 증상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단은 X-ray와 관절 초음파로 가능하며, 약물치료 및 물리치료,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통증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손 관절 사용을 줄이고 무리한 동작을 피하는 것이 악화를 막는 핵심입니다.
결론
손가락 마디의 찌릿한 통증은 단순한 일시적 피로나 통풍의 초기 증상 외에도, 류마티스 관절염, 손목터널증후군, 퇴행성 관절염 등 다양한 질환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증상이 반복되거나 특정 시간대에 악화되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방치하지 말고 조속히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자가진단보다는 정확한 검사와 조기 대응이 중요한 만큼, ‘통풍은 아니겠지’라는 단정은 잠시 미뤄두고 보다 넓은 시야에서 건강 상태를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